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국내 5대 병원장을 만나 “의료계 대화체 구성에 역할을 해달라”고 요청했다. 한 총리는 지난 26일 주요 의대 학장과 대학 총장을 만나 대화의 ‘물꼬’를 튼 이후 매일 의료계 관계자들을 찾아 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. 하지만 정작 병원을 뛰쳐나간 전공의들은 ‘묵묵부답’이다.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 테이블에조차 앉지 않겠다는 것이다. 그사이 한 달에 3000억원이 넘는 ‘혈세’가 의사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데 투입되는 등 사회적 비용만 늘고 있다.
하지만 이날 병원장들은 한 총리에게 “전공의들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”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. 간담회에선 “전공의들 스스로가 대표 구성을 못 하고 있다”는 이야기도 나왔다. 의사들 간에도 서로의 생각을 모를 정도로 내부 소통마저 꽉 막힌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.
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아주대병원 등 8개 사립대학병원 병원장을 만나 의료진 설득을 요청했다. 정부는 연일 의대 교수와 전공의들에게 대화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.
의사들은 ‘요지부동’이다.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“(정부가 제안한) 조건 없는 대화는 논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”며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.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등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. 한 대학병원 교수는 “증원 문제를 제외하면 정부는 그간 의료계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요구한 사안 대부분을 들어줬다”며 “집단행동을 멈추지 않고 정부와의 대화까지 거부하는 것은 그저 ‘정부를 이기겠다’는 것 외엔 다른 이유가 없다”고 말했다.
의협은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는 전공의에 대한 금전적 지원까지 약속하며 복귀를 막고 있다. 노환규 전 의협 회장에 따르면 현재 154명의 선배 의사들이 120명 전공의가 요청한 분유, 기저귀 비용을 후원하고 있다.
5대 병원 재정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. 이날 한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한 병원장은 “하루 적자 규모가 14억원에 달한다”고 말했다. 다른 병원장은 “지금까지 적자 규모만 200억원”이라며 “정부 지원이 필요하다”고 요청하기도 했다.
황정환/오현아 기자 jung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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